(제7화)바다의 검은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들
- 해양특종을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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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14-12-26
(제7화)해양 특종을 잡아라!바다의 검은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들
이해양: 마감끝! 어우, 이번 달에도 원고 쓰느라 죽는 줄 알았네!오늘 밤에는 맘 편히 자는 건가?
황특종: 곧 휴가철인데 휴가 때 뭐 할 거야?
이해양: 저는 전남 통영에 가서 싱싱한 우럭 회를 초장에 콱..!
편집장: 해양, 이번에 미국에 다녀와야겠어!
이해양: 네~?
편집장: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건 말이야. 벌써 세 달째야. 전 세계가 난린데 우리도 특종 한 번 내야 되지 않겠어?
이해양: 이미 여기저기서 기사 다 났는데 특종은 무슨 특종이에요!
편집장: 시베리아 수컷 호랑이처럼 특종 한 건 물어와!
(공항 GATE 16)
(비행기 안에서 통화)황특종: 헤양 씨, 휴가 가는 셈치고 잘 다녀와요. 요즘 멕시코만 날씨가 그렇게 좋대.
이해양: 바다에 기름이 둥둥 떠 있는데 휴가는 무슨.
황특종: 그래도 미국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다니까 분명 특종이 있을 거야.
이해양: 몰라요. 태안의 기적이 멕시코만에서도 일어나면 모를까. 기름이 하루에 400만L씩 쏟아져 나온다는데 별 수 있겠어요.
승무원: 승객 여러분. 저희 비행기는 서울 인천공항을 출발해 미국 로스엔젤레스까지 운항하는 K295입니다. 곧 이륙하오니 소지하고 계신 모든 전자기기의 전원을..
이해양: 아무튼, 제가 안 돌아오면 거기서 기름 닦고 있는 줄 아세요.(전화 끊음)
(옆 자리에 앉은 승객이 사이언스동아 신문 읽고 있는 것을 발견)
이해양: 흠흠!안녕하세요. 사이언스동아 이해양입니다. 지금 들고 계신 신문...
승객: 아~, 그러세요?반갑습니다. 팬입니다.
이해양: 어휴, 이 인기는.
승객: 아까 들어보니,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건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던데.
이해양: 네~. 특종 잡을 사람은 저밖에 없대서 가긴 가는데, 뭐 특별할 게 없을 거에요. 기름 걷어내고, 유처리제 뿌리고, 방제가 다 거기서 거기니까요.
승객: 그래도 이번 사고는 원유가 새 나오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해서 더 심각한 것 같아요. 계속 흘러나오면 아무래도 방제작업에 한계가 있죠.
이해양: 유정이 수심 1500m나 되는 깊은 바다에 있으니까 막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진흙으로 유정 입구를 틀어막거나, 유정에 깔대기 모양의 차단캡을 씌워 원유를 빨아올린다던데, 효과가 별로 없는 것 같더라고요.(마음 속으로)뭘 좀 아는데?
승객: 깊은 바다에서 유정이 새는 사고는 흔치 않기 때문에 해결책도 많이 안 나와 있어서 '더더욱'그럴 거예요. 그래도 최근에는 유정이 있는 해저 바닥에 보조 유정을 뚫어서 기름이 뿜어져 나오는 압력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해요. 원유가 흘러나오는 길을 분산시켜서 시추선으로 끌어 올리는 방법이죠.
이해양: 그럼 뭐해요. 이미 유출된 기름이 루이지애나주 연안을 지나 미시시피주, 앨라배마주, 플로리다주까지 퍼졌다는데.
승객: 그래도 2007년에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일어났던 '허베이스피리트호' 석유유출 사고에 비하면 사정이 낫죠. 이번에는 기름이 해안가를 덮치기 전에 대비할 시간이 좀 있었으니까요.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는 워낙 해안 가까이서 발생한 데다가, 계절풍(북서풍)이 강하게 불어서 사고가 난 지 약 14시간 만에 원유가 해안을 뒤덮었어요.
이해양: 얼마나 신속하게 대처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겠어요.
승객: 네, 맞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름의 특성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해요. 기름은 종류에 따라 물속에서 이동하는 모습도 다르고, 시간이 지나면서 특성이 바뀌기도 하거든요. 또 기름 성분 중에는 물에 녹는 성분도 있고, 그냥 날아가 버리는 성분도 있고 가라앉아 버리는 성분도 있죠.
이해양: 그냥 유처리제를 사용하면 간편할 텐데. 해양 생물에게 큰 피해가 가지 않는 물질로 골라서 기름때를 싹~.
승객: 잘 모르는 사람들은 유처리제를 일종의 세제처럼 굉장히 간단하게 생각하는데, 종류가 20가지가 넘어요.
승객: 게다가 태안을 뒤덮었던 검은 기름 덩어리들 기억하세요?파도 때문에 물과 기름이 뒤섞여 만들어진 끈적끈적한 기름 일명 '초콜릿 무스.'
이해양: (초코케이크를 상상하며)저 초콜릿 무스 좋아해요~
승객: 전 끔찍합니다. 초콜릿 무스에는 유처리제도 쓸 수 없습니다. 직접 닦아내는 수밖에. 어디 그뿐인가요. 바다에는 새나 바다거북, 돌고래, 물고기 같은 생명체가 수없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어떤 생물들이 어떤 피해를 입는지를 알아야 방제 순서를 정하고 방법을 선택하죠.
이해양: 피해라고 해봐야 다 똑같지 않나요?기름의 독성 때문에..
승객: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생물이 기름의 독성 때문에 죽는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새들에게 진짜 무서운 건 추위에요. 기름이 잔뜩 묻은 펠리컨 사진 보셨죠?펠리컨 같은 잠수성 조류는 깃털과 깃털 사이에 따뜻한 공기를 품어 체온을 유지하는데, 기름이 묻으면 그럴 수 없어요.
승객: 오히려 원유 자체는 생명체로부터 만들어졌기 때문에 생각보다 독성이 강하지 않아요. 단, 다핵탄화수소(PAH)처럼 사람의 손에서 가공되는 동안 독성이 강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죠.
이해양: 오~. 이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팬님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승객: 하하하. 한국해양연구원 유류, 유해물질연구단장 심원준이라고 합니다. 저희 연구단은 넙치나 농어, 조피볼락 같은 물고기 알을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 때 흘러나온 기름에 노출시켜서 이것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연구한 바로는 기름에 노출된 물고기 알은 심장발달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해양: 잘못은 인간이 했는데 자연이 괜한 고생을 하네요.
승객: 아이러니한 것은 해결책도 자연이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파도는 기름이 묻은 바위들을 씻어내고, 태양은 자외선으로 기름을 분해합니다. 기름이 생기면 자생적으로 번성해서 기름 성분을 분해하는 미생물은 또 어떻고요.
이해양: 괜히'마더 네이처(Mother Nature, 만물의 어머니 같은 대자연)'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었군요.
승객: 네. 불효자식들이 이젠 엄마 일을 좀 도와야죠.
(서울)
편집장: (이해양과 통화)해양이가 역시 큰일 낼 줄 알았어! 그동안 멕시코만의 피해가 얼마나 큰지 얘기하는 기사만 많았지, 앞으로의 방제 계획이나 환경 복원 연구까지 접근한 기사는 처음이잖아!수고했어!
황특종: 나한테는 기삿거리 없다고 얘기하더니, 엄살이었나?
편집장: 중간에 팬을 만났다나 뭐라나. 하여간 '필통병'은 알아줘야 된다니까. 전부 자기 팬이래.
(이해양 집)해양어머니: (이해양과 통화)방은 또 왜 이렇게 지저분한 거니!도대체 내가 언제까지 네 방을 치워야...
이해양: 죄송해요, 엄마~.출장을 급히 가느라!
해양어머니: 에효, 내 팔자야!가라는 시집은 안 가고!
이해양: 엄마, 사랑해~. 쪽!(마음 속으로)밤낮 기름과 씨름하는 우리 연구원들의 노력이 환경을 복원하는 일에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기를. 아..나도 이젠 엄마 말 좀 잘 들어야지.
2010년 6월 10일 한국해양연구원 유류 · 유해물질연구단
이해양 기자의 좌충우돌 취재노트
4월 20일, 영국의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운영하던 미국 멕시코만의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 석유 시추시설이 화재로 폭발했다. 이 사고로 석유시추시설과 유정을 연결하는 해저 파이프에 구멍이 뚫리고 하루 397만~477만L의 원유가 두 달째 새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멕시코만은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 베니스에서 남동쪽으로 약 80km 떨어져 있다. 멕시코를 비롯해 쿠바, 미국 남동부의 플로리다로 둘러싸인 이 해역은 멸종 위기의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습지가 분포해 있어 2차 환경 피해를 예고하고 있다. 사상 최대의 기름 유출 사태에 대한 방제 대책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해양연구원 남해연구소 유류 · 유해물질 연구단 심원준 단장을 만났다.
녹는 기름, 굳는 기름 따로따로 처리
“이번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고는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유조선이 아니라 유정(油井)에서 기름이 새기 때문에 다른 사고에 비해 기름 유출량이 많고, 또 심해 1500m의 깊은 곳에서 사고가 발생해 유정을 막기도 어렵다는 점입니다. 한 가지 다행인 건, 사고가 해안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해역에서 발생해 최소한의 준비를 할 시간은 벌었다는 거예요. 2007년에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했던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는 유출량이 1255만L로 이번 사태보다 적지만, 발생한 지 14시간 만에 해안을 뒤덮었어요."
심 박사는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 발생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회상하며 "방제는 촌각을 다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대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사고를 100% 예측할 수는 없지만, 90%는 미리 준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양환경, 기름의 예상이동경로, 기름의 특성과 독성, 생물이 받는 피해 정도를 파악하고 있으면 짧은 시간에 최선의 대비책을 낼 수 있습니다." 기름은 종류에 따라 굳는 정도, 끈적이는 정도, 녹는 정도, 퍼지는 정도가 서로 다르다. 원유에는 물에 녹는 기름 성분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바람에 휘발되는 성분도 있기 때문이다. 또 물에 가라앉는 성분이 있는 반면, 뜨는 성분이 있다. 이런 특성들은 바람이나 파도, 온도 같은 환경 조건에 따라 변한다. 그래서인지 심 박사는 “기름 방제는 형태와 성분이 시시각각 변하며 움직이는 목표물을 쫓는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원유는 수천 종의 탄화수소로 이뤄지는데, 이 중 약 1000종을 화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약 200종밖에 분석할 수 없었는데,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죠. 그렇지만 아직까지 각 물질이 가진 고유한 특성과 독성은 다 밝혀지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합니다." 기름 방제는 기름을 물속에 용해시키는 유처리제를 사용하는 방식과 기름
(1) 해안 곳곳이 기름으로 뒤덮인 충남 태안군. (2) 헬기로 기름 유출 현장을 사찰하는 심원준 박사.
[제브라피시(zebraison)의 알을 기름에 노출시켰을 때(오른쪽)와 노출시키지 않았을 때의 배아 기름에 노출된 알에서 태어난 배아는 심장이 생길 부분이 부어올랐고, 꼬리지느러미에 기형이 생겼다.]
을 물리적으로 수거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유처리제는 바닷가로 밀려오는 기름을 줄이기 위해 '필요악'으로 쓴다. 하지만 물을 오염시켜 2차적인 피해를 발생시키는 단점이 있다. 유처리제는 종류가 20가지가 넘고 상황에 따라 유처 리제를 쓸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태안을 뒤덮은 기름 덩어리가 대표적인 예다. 방제가 지연되거나 파도가 심하면 물과 기름이 너무 많이 섞여서 '초콜릿 무스'라고 부르는 덩어리가 형성된다. 이때는 유처리제를 쓰는 대신 물리적으로 기름을 제거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유처리제 사용 여부는 사고 발생 12~48시간 이내에 기름의 특성과 어장 · 양식장을 포함한, 기름에 민감한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환경을 고려해서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
피해 입은 생물 속사정 정확히 알아야
"사실 원유 자체는 생명체로부터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중 많은 성분들은 독성이 높지 않습니다. 사람의 손에서 정제, 가공되는 동안 오히려 독성이 강해지기 때문에 문제죠. 또 각각의 독성 물질이 상호작용해서 새로운 독성을 나타내기도 하고, 특정 성분은 체내에서 변형되면서 독성이 강해지기도 합니다. 특히 다핵탄화수소(PAH) 같은 발암 물질은 독성이 강하고 잘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해요.” 그나마 독성이 파악된 물질은 원유를 구성하는 수천 종의 탄화수소 중 100여 종에 불과하다.
"생물의 목숨을 위협하는 건 화학적인 독성뿐만이 아니에요. 펠리컨이나 가마우지 같은 잠수성 조류는 깃털과 깃털 사이에 따뜻한 공기를 품어 체온을 유지하는데, 기름이 묻으면 그럴 수 없습니다. 새에게는 독성보다 추위가 더 무서운 셈입니다.” 유류 · 유해물질연구단에서는 이처럼 생물이 피해를 입는 이유와 피해 정도를 예측하기 위해 넘치나 농어, 조피볼락 같은 물고기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단은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 때 흘러나온 기름에 물고기의 알을 노출시킨 뒤 알에서 깨어난 물고기들이 어떤 신체적 특징을 갖고 있는지 분석한다. "기름에 노출된 알에서 부화한 물고기는 심장발달에 문제가 있습니다. 가끔 기형도 발생하고요." 심 박사는 인간이 저지른 일 때문에 무고한 자연이 희생당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저지른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도 결국 자연입니다. 파도가 치면서 바위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고, 자외선이 기름을 분해합니다. 또 기름이 해안을 뒤덮으면 해안에는 자생적으로 기름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번성해요."" 심 박사는 자신의 연구가 환경을 복원하는 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1) 2007년 충남 태안군에서 기름을 온몸에 뒤집어쓴 채 추위로 죽어가는 뿔논병아리. (2) 물과 기름이 섞여서 기름 덩어리가 되면 물리적으로 직접 수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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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