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해저 밥그릇에 이산화탄소를 가두다
- 해양특종을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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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14-12-26
(제5화)해양 특종을 잡아라!해저 밥그릇에 이산화탄소를 가두다
(텐마크 코펜하겐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의장)
이해양: 꺄~!선배, 저기 봐요. 이산화탄소 1t이면 부피가 저 정도구나. 저것들이 기후변화를 일으킨다 이거죠?
황특종: 그러게, 풍선에 담겨 있으니까 존재감이 확 느껴지는걸!회의 주제가 이산화탄소 줄이기라더니 역시!
이해양: 저 여기서 사진 좀 찍어주세요. 텐마크는 공기부터 다른 거 같아.
황특종: (시계를 보며)이따가 찍어. 회의 늦겠어.
이해양: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요?좋~았어!특종 잡으러 출동!
(회의실)
새로마이크박사: 아끼무리 박사님!화석 연료를 단순히 덜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목표치만큼의 이산화탄소를 줄 일 수 없다니까요!
아끼무리박사: 새로마이크박사. 신재생에너지라고 어디 완벽한 줄 아세요. 수소나 풍력 에너지도 좋지만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충분하지 않아요.
새로마이크박사: 그래도 뭔가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는.
아끼무리박사: 전력, 철강, 화학, 석유, 시멘트 산업 같은 기반 산업이 모두 화석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것들을 어떻게 포기한다는 말예요!
이해양: 아니, 그럼 신재생에너지도 개발하고, 화석 연료 효율도 높이고 둘 다 하면 되지, 왜들 그러시는 거야?
황특종: 이산화탄소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하는데, 지금까지 나온 방법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모양이야.
이해양: 오올~. 다 알아들으셨네. 영어 좀 되시는데요?
황특종: You're welcome~?
강성길박사: 우리에게 방법이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묻으면 됩니다.
아끼무리박사: 아니, 어디다 묻는다는 말입니까?
강성길박사: 석유나 천연가스를 뽑아낸 빈자리나, 심부염대수층, 석탄층 같은 퇴적층에 저장할 수 있습니다. 심부염대수층만 해도 이산화탄소를 1조t에서 10조t까지 저장할 수 있죠. 수백에서 수천 년간 저장할 수 있는 양입니다.
(심부염대수층: 땅속 깊은 곳에 짠물이 고여 있는 퇴적층, 밥그릇을 뒤집어 놓은 듯한 모양으로 바깥쪽에 진흙으로 된 단단한 덮개층이 있어서 밀폐성이 좋다.
아끼무리박사: 퇴적층에 묻는 게 안전합니까?지반이 터지거나 이산화탄소가 새어 나오기라도 하는 날엔...
강성길박사: 노르웨이에서는 1995년부터 북해 바다 밑 땅속 800~1000m 염대수층에 하루 2700t씩 이산화탄소를 묻고 있습니다. 한국도 2020년부터는 연간 300만t의 이산화탄소를 이런 방식으로 저장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해양: (마음 속으로) 에이. 뭐라는 거야. 방금 코리아 어쩌고 한 것 같은데. 미리 영어 공부 좀 해둘걸
아끼무리박사: 그렇게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수송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걸세.
강성길박사: 이산화탄소는 40% 가량이 화력 발전소나 제철소 같은 곳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합니다. 이것들을 압축시켜서 초임계 상태로 만든 뒤 운반할 계획입니다.
아끼무리박사: 젊은 친구가 아주 똑똑하구먼!잘만 함녀 이산화탄소를 확실히 줄일 수 있겠어
이해양: (마음 속으로)이 찜찜한 기분은 뭐지?뭔가 놓친 기분이야...
황특종: 해양 씨, 표정이 안 좋네?기삿거리가 생겨서 되게 좋알할 줄 알았는데.
이해양: 하하하. 뭐 이미 다 기사로 나온 내용이더라고요.
이해양: (갈등하며 마음 속으로)그러지 말고 아까 그 박사를 찾아가서 인터뷰해! / 영어에 울렁증 있단 말이야.
특종일지도 모르는데, 쪽팔린 게 문제야? / 그냥 특종선배한테 편하게 물어봐~.
기껏 텐마크까지 와서 소심하긴.
이해양: 선배, 나 잠시만 어디 좀 다녀올게요.
(이해양이 강설길박사에게 달려간다.)
이해양: 저..저기, 닥터, 우..우쥬..,익스플레인 씨오투 스토리지 어게인?
강성길박사: 혹시, 한국 분이세요?
이해양: 네~!사이언스동아의 이해양입니다.
강성길박사: 한국해양연구원 이산화탄소 해양지중저장기술개발사업 연구책임자인 강성길이라고 합니다.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기술에 대해 물어보신 거 맞죠?
이해양: (감격하며)네~!
강성길박사: 우리나라에서 이산화탄소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발전소나 제철소는 해양에 근접한 바닷가에 있어요. 노르웨이처럼 이산화탄소를 해양 퇴적층에 묻는 게 유리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적당한 저장지를 골라야 합니다. 밥그릇을 뒤집어 놓은 듯한 모양의 울릉분지가 현재 가장 유력해요. 겉은 밀도가 높은 진흙으로 덮여 있고, 그 안은 빈 공간이 많은 사암으로 이뤄져 있거든요.
강성길박사: 그 다음에는 이산화탄소가 온도, 압력, 그리고 섞여 있는 불순물에 따라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 알아야합니다. 땅속 깊은 곳은 압력이 대기압의 80배고, 지열에 의해 온도가 40~60도까지 올라가니까요.
강성길박사: 게다가 이산화탄소에 물이나 질소 같은 불순물이 섞이면 이것들이 결정을 만들면서 파이브가 막히기도 해요.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죠?
이해양: 게다가 이산화탄소는 기체잖아요. 파이프로 보내기 힘들지 않을까요?
강성길박사: 맞아요. 그래서 이산화탄소를 압축해서 초임계상태로 만들어요.
강성길박사: 초임계상태는 액체와 기체의 중간상태인데, 액체처럼 부피가 작으면서도 기체처럼 확산 속도가 빠르거든요.
이해양: 아~, 그런 얘기였군요!
강성길박사: 세계 각국은 2050년경 전체 이산화탄소 감축량의 19%를 땅속에 묻어 처리할 계획입니다. 그게 연간 91억t에 이른다니 엄청난 양이죠?
이해양: 우리나라에서는 언제 이 방법을 쓰게 될까요?
강성길박사: 우리나라도 2005년부터 이산화탄소 저장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현재 우리나라가 1년에 배출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양이 약 6억t인데, 2020년에는 300만t, 2050년에는 최대 1억t까지 저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해양: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게 해양 생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연구하실거죠?
강성길박사: Of course!
이해양: 오~, 영어는 그만!
황특종: 도대체 어디 갔다 온 거야.
이해양: 특종 잡으러요~.
황특종: 하여간 못 말려. 빨리 사진 찍고 밥 먹으러 가자.
이해양: (마음 속으로)지구 온난화의 주범을 땅에 묻는다니,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기존의 화석 연료가 하던 일을 새로운 청정에너지가 대신할 수 있을 때까지 지구를 부탁해~!
2010년 4월 7일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안전 방제기술연구부
이해양 기자의 좌충우돌 취재노트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배출량 대비 50~80%까지 줄인다. 2050년에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350~400ppm 수준으로 유지한다. 2050년까지 온도 상승을 2.0~2.4°C 이내로 유지한다."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2007년에 발표한 '희망찬 시나리오'다.
신재생에너지 VS 이산화탄소 저장
IPCC의 권고안을 한국에 적용할 경우, 현재 약 6억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3억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이는 국내 최대 석탄 화력발전소 57기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시설로 전환해야 할 정도로 막대한 양이다. "우리나라는 철강, 화학, 시멘트 산업처럼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배출하는 산업이 주로 발달해 있습니다. 이런 산업구조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습니다. 물론 지금의 산업 구조를 유지하면서는 아무리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이고, 청정 에너지를 개발해도 IPCC에서 제안한 목표치만큼 줄일 수 없죠." 대전 유성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시스템 연구소에서 만난 국토해양부 CO 해양지중 저장기술개발사업 연구책임자인 강성길 박사는 이산화탄소를 한꺼번에 많이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제에너지기구(IEA) 세미나에서도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발표가 있었다. IEA는 '에너지기술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50년까지 480억t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방안으로 에너지 이용 효율 높이기, 재생에너지, 원자력 발전과 더불어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을 강조했다. 이 기술이 성공적으로 도입되면 2050년에는 전체 감축량의 19%, 약 91억t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것으로 IEA는 예상했다. CCS기술이란 발전소나 제철소처럼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발생시키는 곳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용량이 큰 유전이나 가스전, 또는 퇴적층에 안전하게 격리시키는 기술이다. 강 박사는 IPCC의 CCS기술 보고서를 보면 해양 퇴적층 중 하나인 심부염대수층만 해도 이산화탄소를 1000Gt(기가톤, 1Gt=109)에서 1만Gt까지 저장할 수 있다"며 "이는 수백~수천 년간 저장할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나 미국, 캐나다에서는 이미 CCS기술이 실용화되고 있다. 노르웨이는 1995년부터 천연가스를 개발할 때 대규모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하루에 2700씩 북해 해저에 묻고 있고, 미국과 캐나다는 미국 노스다코타 주의 석탄가스화 시설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전에 주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도 2005년부터 CCS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해 2020년부터는 연간 300만t씩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계획이다.
[(1) 지난해 12월 덴마크코펜하겐에서 열린국제에너지기구(IEA) 세미나 현장. (2) CCS기술은 2009년 9월 25일자 '사이언스' 표지로도 소개됐다.]
[이산화탄소를 압축하고 가열해서 초임계 상태로 만드는 장치. 사진]
밥그릇 모양 울릉분지에 쏙
그런데 이산화탄소를 땅이나 바다 밑에 묻는 게 안전할까. 강 박사는 “우리나라에는 육지 면적이 부족하기 때문에 노르웨이처럼 해양 퇴적층에 묻는 게 유리하다”며 “현재 울릉분지 부근의 심부염대수층이 유력한 후보지"라고 말했다. 심부염대수층은 밥그릇을 뒤집어 놓은 모양의 퇴적층으로, 겉은 단단한 진흙층으로 덮여 있고 속에는 빈 공간이 많은 사암으로 이뤄져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기에 좋다. 강 박사는 이산화탄소가 새어나오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연구 중이다. 한편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게 이산화탄소를 안전하게 저장지까지 수송하는 일이다. 강 박사는 “보통은 선박이나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송하는데, 온도나 압력, 섞여 있는 불순물의 양에 따라 중간에 새거나 파이프가 터져버릴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땅속 깊은 곳은 압력이 대기압의 80배나 되고, 온도가 40~60°C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다. 강 박사는 또 “기체인 이산화탄소를 기체와 액체의 중간 상태인 초임계상태로 만들면 효율적으로 수송할 수 있다”며 “초임계상태는 액체처럼 부피가 작으면서도 기체처럼 확산속도가 빨라, 적은 용적의 수송시스템으로도 수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바로 경제성이다. 강 박사는 "CCS기술을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며 “관련 설비를 개발하고 파이프라인 같은 저장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학계와 산업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 CO₂해양지중저장기술개발사업 연구팀원들, 왼쪽에서 세 번째가 강성길 박사다. (2) 이산화탄소를 수송할 파이프라인을 축소제작한 장치, 두께는 얇지만 온도와 압력을 달리해가며 실험할 수 있다.]
[심부염대수출에 CCS기술을 적용한 개념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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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