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꿈틀꿈틀 바닷속 보물을 선물하다
- 해양특종을잡아라
- 조회 : 7374
- 등록일 : 2014-12-26
(제6화)해양 특종을 잡아라!꿈틀꿈틀 바닷속 보물을 선물하다
(신문을 읽고 있는 이해양)
황특종: 큰일이야. 이러다가 원자재 파동이라도 일어나는 날엔..
이해양: 그러게요. 우리나라는 석유가 나길 해, 광물자원이 풍부하길 해.
황특종: 그래도 신재생에너지가 많이 개발되고 있잖아.
이해양: 그렇긴 한데, 그 과정에서도 화석에너지가 만만찮게 드는 모양이더라고요. 진짜 무한한 에너지를 찾아야 특종을 낼 텐데.
황특종: 우리 기분 전환도 할 겸 나가서 저녁이나 먹자.
이해양: 선배, 미안해요~. 전 기사 아이템 찾으러 가야 해서.
편집장: 언제가지 그렇게 소심하게 지켜만 볼 거야?
황특종: 편집국장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해양 씨 머릿속엔 온통 특종 생각뿐인 거.
편집장: 그럼 기삿거리라도 선물하던지!내일이 해양이 생일이잖아.
황특종: 아 맞다!
황특종: 해양미생물에서 뽑아 내는 바이오에너지?아냐. 이건 이미 기사 났던 거야. 조력발전소나 파력발전소를 취재해 보는 건 어떨까. 이것도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거 같은데..
황특종: (횡단보도에서 길을 걸으며 고민한다)특종...특종...특종...
(전기자동차 택시)끼이익..
황특종: 죄송...
황특종: (아이디어가 떠오른듯)바로 그거야~!
황특종: (통화)이정현 박사님?황 기잡니다. 지난번에 말씀하셨던 미생물...
(한국해양연구원 해양바이오연구센터)
(밤새 박사님 옆에서 연구를 지켜보는 황특종)
(다음날 회의실)
황특종: 퀭...
이해양: 선배, 어젯밤에 무슨 일 있으셨어요?
황특종: 아, 아냐. 그냥 뭐 좀 찾느라.
편집장: 이봐, 특종, 해양만 빼고 나머진 나랑 잠깐 얘기 좀 할까?
황특종: 해양 씨, 내가 특종을 하나 잡았는데.
이해양: 진짜요?뭔데요?
황특종: 내가 잘 아는 박사님 한 분이 글쎄 바닷속 깊은 열수구에서 수명이 300년인 미생물을 찾으셨대. 그런데 유전체(게놈)를 분석해보니까...
(어제 연구실에서 박사님과 대화 나눈 것을 생각하며)이정현박사: 이 미생물이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라네. 이미 발견된 종일 수도 있고, 특별한 게 없을지도 모르지.
황특종: 하지만 박사님이 찾아 낸 미생물 중에는 수소를 만들어내는 것도 있었잖아요. 수소연료전지로 움직이는 전기자동차도 곧 상용화 될 거라는데, 대박이죠!얼마 전에는 유전자의 양을 크게 증폭해서 유전자 감식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효소도 미생물에서 추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정현박사: 물론 바다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생물이 무한하지.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어떤 생물이 있는지 그 전체의 10~20%도 모르고 있다는 걸세. 어떤 게 있는지 알아야 그것들이 얼마나 유용한지 알아낼 거 아닌가. 게다가 새로운 생물 종을 발견했다고 해도, 그것들의 능력을 입증해내는 일이 쉽지 않네.
황특종: 수십 명이 달려들어서 유전체를 분석해야겠군요. 어쨌든 생물종을 많이 알수록 유리하겠네요. 그 생물이 가진 특별한 물질을 우리 것으로 만들려면요.
이정현박사: 맞네. 사실 지금 전 세계가 생물종을 확보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어. 생물이 식량이나 의약품을 확보하거나 환경을 보전하는데 도움을 줄 거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지. 계속 자라고 번식하는 생물 자원이야말로 무한한 자원이 아니겠나.
황특종: 그러고 보니 해양연에 계시는 장만 박사님도 저 깊은 심해부터 추운 극지까지 전 세계 해양생물자원을 탐사하러 가신다고 들었는데. 이름이...걸리버 프로젝트?
이정현박사: 하하!갔다 오실 때쯤이면 거제에 있는 남해연구소에 해양시료도서관도 다 지어질 테니 채집한 시료를 거기 보관 하면서 두고두고 연구하면 되겠어.
황특종: 저.., 그나저나 이 미생물은...
이정현박사: 아차!어디 한 번 보세. 유전자 변이가 35%만 다르면 새로운 종이 탄생하는 거라네!
황특종: (마음속으로)새로운 생물...
이해양:...
이해양: 선배, 그래서요. 유전체 분석이 뭐가 어쨌다고요.
황특종: 어, 그래!수명이 300년인 미생물에서 노화를 방지하는 효소가 발견됐대!
이해양: 어머, 진짜요?대박이다!어떤 미생물에서요?
황특종: 그..그게, 써모코커스 사귀자구스(Thermococcus sagizagus)라고..우리도 300년만큼이나 변치 않고 오래오래...
이해양: 써모코커스 사귀자구스?뭐 이름이 그래요?호호 어쨌든 이런 효소가 화장품에 활용되면 진짜 좋겠다!세 살 피부 여든까지 간다?이야~.특종 선배 특종 잡았네요!
황특종: 이 특종...해양 씨에게 주는 내 생일 선물이야.
(통화)이정현박사: 황 기자, 어떻게 됐나?
황특종: 저, 그게 말이죠.말귀를 못알아들어요..이해양기자가...
이정현박사: 내가 특별히 신경 써서 이름까지 지어줬더니!
황특종: 휴~.
이해양: (욕조에서)특종 선배가 또 이렇게 깜짝 생일 선뮬울 준비했을 줄은 몰랐네?해양생물자원이라..그 종류도 무한대, 가능성도 무한대, 잘 키우면 계속 번식하니까 그것 또한 무한대. 따라서 특종도 무한대!하하. 과학면 톱 기사로 실어야겠어~!그래!이 기회에 걸리버 프로젝트에 따라가는 거야!잘 키운 생물 하나, 열 광물 안부럽다! 만약 그렇게 되면 황 선배는 오랫동안 못 보겠지?오늘 꽤 로맨틱하고 멋졌는데.
2010년 5월 11일 한국해양연구원 해양바이오연구센터
이해양 기자의 좌충우돌 취재노트
“우리가 바다를 알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다. 그곳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 "미래의 바다는 인류의 식량, 자원,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주고 해양산업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세계 5대양의 생명자원을 찾아라! 걸리버 프로제트
“1992년 6월 브라질에서 열린 '리우환경회의' 에서 '생물다양성보존협약'이 체결됐습니다. 현재 189개국이 서명한 이 협약은 생태계 파괴를 막고 생명체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목적도 있지만, 인간에게 식량이나 의약품, 쾌적한 환경을 가져다 주는 생물 종을 보호하겠다는 경제적인 이유가 크죠. 앞으로 이런 경쟁이 더 심해져서 어떤 생물자원을 가졌느냐가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할 겁니다.” 유엔이 정한 '세계생물다양성의 해를 맞아 찾은 한국해양연구원에서 해양생물자원연구부 장만 박사는 “생물자원은 미래의 국가경쟁력"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생물계 33개 생물군 가운데 12개 생물군이 살고 있는 바다는 육지에 비해 거의 알려지지 않은 '보물창고'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19세기 말부터 세계의 바다를 탐사해왔습니다. 우리나라
는 1991년부터 탐사에 뛰어들었죠. 시작은 늦었지만 지금까지 축적한 경험을 모두 종합하고, 국가 간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우리도 '황금알'을 건질 수 있습니다.”새로운 종(種)에서 유용한 효소나 물질을 찾아내면 모두 해당국의 원천기술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물종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장 박사는 전 세계의 바다에서 새로운 종을 발굴하는 '걸리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수온이 80~400°C에 이르는 심해 열수분출구나, 자외선이 강하게 내리쬐는 극지에는 극한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특성을 잘 이용하면 열에 잘 견디거나, 자외선을 차단하는 물질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장 박사는 “조만간 경남 거제도 남해연구소에 해양시료도서관이 완공된다" 며 “전 세계 해양생물자원을 보관하면서 국내 연구자들에게 연구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심해 열수분출구, 해지면 지각의 갈라진 틈으로 들어간 해수가 80-400C로 뜨거워져 다시 방출되는 곳이다.]
[전자현미경으로 본 초고온성 미생물]
잘 찾은 생물 하나, 열 광물 안 부럽다
대다수 국내 과학자들은 주로 해외에서 생물자원을 연구하고 있다. 그중에는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고 실생활에 적용하는 단계의 연구도 있다. 해양바이오연구센터 이정현 박사가 초고온성 미생물에서 추출한 DNA 중합효소가 한 사례다. 이 효소는 유전자의 양을 증폭시키는 데 꼭 필요하다. 유전자로 신원을 감식하는 범죄수사나 친자를 확인하는 유전자 검사에 활용된다. “2002년 남태평양의 심해열수구를 탐사하면서 아주 높은 온도에서도 생존하는 미생물을 발견했습니다. 당시 과학탐사선 온누리호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써모코커스 온누리누스(Themococcus onnurineus)'로 이름을 붙였어요."박사는 2006년 이 미생물의 유전체(게놈)를 분석해 특정 부위의 유전자를 변이시켜 DNA 중합효소를 개발했다. 초고온성 미생물의 DNA 중합효소는 유전자를 중폭할 때 발생하는 90°C 의 고온에도 견딜 수 있었다. 이 기술은 2007년 민간기업체에 이전됐다. 2008년에는 이 미생물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이 박사는 “써모코커스 온누리누스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수소를 생산하는 효소를 8개나 발견했다”며 “이는 다른 미생물보다 2배나 많은 양”이라고 말했다. 수소는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5000만 이상 생산되고 있으며, 광섬유나 반도체, 제약, 금속 산업 같은 산업 전반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물을 전기분
해해서 생산할 수 있고 부산물 역시 물이기 때문에 자동차 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 박사는 “현재는 천연가스를 태워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하지만, 미생물을 이용하면 화석연료 없이도 수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써모코커스 온누리누스는 일산화탄소 같은 환경 오염물질을 먹고 수소를 생산해낼 수 있기 때문에 환경에 더 친화적”이라고 설명했다.
[(1) 독일 브레멘대의 '브레멘 코어 저장고 BCRI는 대서양에서 시추한 시료를 보관하고 있다. 해양시료는 생물자원 연구자들에게 좋은 자료다. (2) 써모코커스 온누리누스에서 효소를 추출해내고 있는 연구원. 사진]
['생물자원이 미래의 국가경쟁력'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정현 박사(왼쪽)와 장만 박사. 사진]
- 담당부서 :
- 홍보문화실
- 연락처 :
- 051-664-9071
- 최종수정일 :
- 2024-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