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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Institute of Ocean Science & Technology

나는 지금도 바다가 그립다

  • 조회 : 428894
  • 등록일 : 2022-04-04
나는 지금도 바다가 그립다
- KIOST 해양생물자원연구단 명정구 자문위원 -


명정구 해양생물자원연구단 자문위원

사진1: KIOST 해양생물자원연구단 명정구 자문위원

1984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과학기술원에 입사한 뒤 KIOST에서 퇴직한 기간이다. 그리고도 1년을 넘도록 KIOST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 직장에서 오랜 시간 일하고 연구했으니, 이젠 한숨 돌리고 쉬어도 되련만 그는 아직도 멈추지 않는다. 무엇이 그를 더 일하게 하는 걸까.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게 제 좌우명이죠. 왜냐하면 제가 나이가 들어 힘이 빠지는 바람에 바다에 들어갔던 곳을 못 가게 되고 옆에 잘 못 들어가게 된다든지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안 되잖아요? 그러면 데이터가 흔들려 버리니까 그걸 잃지 않기 위해서는 꾸준히 관리도 해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합니다. 제 다음 타자에게 표준화된 데이터를 넘겨야 하니까요. 멈출 수가 없습니다.”
소년, 바다를 꿈꾸다

바다를 품은 도시에서 태어난 것은 마치 운명과도 같았다. 어린 시절 추억이 물 반 고기 반이라고 웃는 그다. 아주 어릴 때부터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했다는 명정구 자문위원. 바닷가에서 발견한 이름 모를 물고기의 정체를 알고 싶어서 헌책방을 샅샅이 뒤지거나, 극장에서 해양 다큐멘터리를 보며 바다에 대한 꿈을 키웠다. 부산 영도 동삼동 조도의 자갈밭과 바위 연안에서 바닷속을 들여다보거나 낚시를 즐겨 했고, 삼촌을 따라 어깨너머 배운 낚시 기술로 봄이면 구포다리 밑 웅덩이, 김해 명지, 맥도, 조만포 수로 등지에서 붕어 낚시를 즐겼다. 대학교를 진학해야 하는 순간에도 그는 지체하지 않고 수산생물학을(증식학과) 선택했다. 그저 물고기가 좋아서 한 선택이었다. 특히, 물속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스쿠버들이 무척 부러웠는데 어류학자가 되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대학교를 진학한 후, 그에겐 이 학교를 졸업할 때 다이빙을 꼭 배워서 나가리라는 목표가 생겼다. 어느 날 외국에 취직하는 선배들을 대상으로 스쿠버다이빙을 교육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는 교수님에게 달려갔다. 당장 취업할 것도 아니고 군대에 가야 했지만, 다이빙을 배우고 싶다며 열정적으로 어필을 했다. 그 당시에 우리나라는 스쿠버다이빙 라이센스를 주는 단체가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는 더욱 절실했다. 그렇게 1977년에 완벽하진 않았지만, 스쿠버다이빙을 배울 수 있었다. 그 이후 84년에 대학원을 졸업한 후 서울에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취직하였고 부설 해양연구소에서 어류의 생태와 성장, 양식 분야를 연구했다. 이후 분리된 KIOST로 이동해 2015년 8월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분원인 동해연구소(경북 울진) 소장으로 발령이 나 안산과 울진을 왕래하면서 연구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가 스쿠버다이빙은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996년이였다. 바다목장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부터다.

독도 코끼리바위 앞 수초 위로 누워 본 명정구 자문위원

사진2: 독도 코끼리바위 앞 수초 위로 누워 본 명정구 자문위원

“그때부터 물에 들어가서 어류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 행동에 맞게 집을 지어주고 하는 작업을 제가 맡았고, 또 그 모델을 제가 만들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스쿠버다이빙을 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작년에도 바다목장 사업이 끝나고 사후관리를 하고 있는데 몇십 년을 하는 거죠.”
꿈의 바다 목장

바다 연구에 긴 시간을 쏟은 명정구 자문위원의 대표적인 연구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그는 자신의 대표 연구로 바다 목장과 독도 수중 생태 조사를 꼽았다. 1990년대 중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3년 동안 기초 연구조사를 거쳐 만들어낸 우리나라 연안 환경 특성에 맞는 동, 서, 남해의 바다목장 모델을 기반으로 정부(해양수산부)가 지원하는 현실 속의 바다 목장화 사업을 1998년부터 과제로 추진하게 된 것이다. 어릴 적 상상 속의 바다목장을 정부 연구 사업으로 추진하게 된 것은 어릴 적 상상의 세계에서 꿈을 키워온 연구자에게는 잊지 못할 숙명적인 사업으로 기억한다는 명정구 자문위원. 1970년대부터 자원조성사업, 인공어초 사업 등 바다를 살리려고 노력해 왔으나 그 효과에 대한 의구심, 각 해역 환경과 맞지 않아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던 사업 결과들을 분석하여 동해, 남해, 서해, 제주 해역 특성에 맞는 자원조성 방안과 이후 관리를 포함한 종합적인 바다 살리기 사업이었다. 또, 80, 90년대를 지나면서 해양, 레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었던 시점에 관광형, 체험형 바다 목장 모델을 제시한 것은 그때까지 수산업의 1차산업에만 집중되어 있던 연안 해양생물 이용에 관한 우리들의 사고를 해양레저 관광 부분으로 확대하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1998년도부터 시도된 통영 바다목장 사업(총괄책임자 김종만 박사)의 자원조성 분야 책임을 맡았던 명정구 자문위원은 150여 명의 연구진과 함께 해양 생태, 자원조성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였다. 일본은 60년대부터 해양목장사업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일본의 해양 목장은 소리를 이용해 고기를 길들여 고기를 조성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름과 겨울 바다 환경 특성이 크게 다르고 동, 서, 남해의 어종들도 너무 달라서 소리를 이용한 자원조성이 사실상 어려우리라 판단했다는 명정구 자문위원. 결국 어류의 행동 습성과 자연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고기들 생태를 파악해 서식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든 것이다.

통영바다목장 다시마 해중림의 볼락(대장두도 2006)

사진3: 통영바다목장 다시마 해중림의 볼락(대장두도 2006)

바다 목장은 해당 지역에서 일 년 내내 살 수 있는 어종인가를 살펴, 어종을 선정하고 그 어종이 어떤 생태환경에서 머무는 걸 좋아하는지 살피는 것으로 시작했다. 통영 바다목장의 주 어종인 볼락과 조피볼락은 바위가 많고 해조가 자란 곳에 모여 살았다. 이러한 기초 자료들을 바탕으로 수중에 대형 구조물을 두고 실험을 계속하여 피라미드형 강제 어초, 선박 강제 복합 어초 등을 개발하였다. 즉 대상 어종에 적합한 새로운 인공어초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9년간 진행된 사업 동안 볼락 등 약 1,280만 미가 방류되었고, 자원량은 사업 초기 118t에서 749t으로 약 6.3배 증가했다. 지금도 사후관리를 하는 바다 목장 사업은 그에게 큰 보람을 안겨 준 사업이다.

독도 독립문바위(동도) 생태지도

사진4: 독도 독립문바위(동도) 생태지도

독도 가지초(수중암초) 생태지도

사진5: 독도 가지초(수중암초) 생태지도

물고기의 사생활을 엿보다

97년부터 독도 주변 해역의 생태연구를 계속했다. 약 10년간 연구를 지속하면서 생기는 고민과 문제점도 있었다. 독도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사람이 많은데,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데이터는 장기적으로 모니터를 하기엔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표준화된 ‘지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때 마침, 2008년 ‘독도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한 기본계획’이라는 사업(책임 박찬홍 박사)에 따라 생태지도 제작에 들어갔다. 정밀 수중탐사를 통해 확인된 해조류, 무척추동물, 어류 등의 서식, 분포 특성 등을 일일이 스케치한 후, 일러스트를 입히는 작업 과정을 거쳐 제작됐다. 또한 수중경관의 고유한 지형 특성이 잘 드러나도록 큰가제바위는 하늘창, 독립문 바위는 천국의 문, 해녀바위는 녹색정원이라는 수중 명칭을 각각 부여했다. 작년까지 13군데의 독도생태지도를 그려 완성했다. 독도 이외에도 제주도, 거문도 백도 등 다양한 곳의 생태지도 제작은 계속되었다.

갈라파고스에서 에콰도르 해양연구소 연구팀과 함께 (왼쪽에서 두 번째는 아들 명세훈 박사)

사진6: 갈라파고스에서 에콰도르 해양연구소 연구팀과 함께 (왼쪽에서 두 번째는 아들 명세훈 박사)

KIOST가 남미 페루에서 국가 간 협력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을 즈음, 바다목장 사업과 생태지도를 이용한 해양생태 관리를 소개한 바 있다. 에콰도르 해양연구소 소장이 새로이 지정하는 해양보호구역(산타헬레나 지역)에서 생태지도를 그려 관리를 해보고 싶으니 자기네들 연구원들에게 가르쳐 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다. 에콰도르의 해양보호구역 후보지와 갈라파고스 제도 연안에서 그곳 연구원들과 다이빙할 때에는 그의 아들도 곁에 있었다. 그의 아들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에서 연수 중인 아들 명세훈 박사. 그 역시 아버지를 닮아 다이빙 전문가이다. 아들과는 남미 갈라파고스, 말레이시아 시파단, 제주도, 통영, 독도 등지에서 해양 연구조사를 함께했다. 어릴 적부터 물고기에 빠져 있었던 아버지를 쏙 빼닮은 아들과 함께 바닷속에서 연구하며 지낸 시간이 참 즐거웠다며 명정구 자문위원은 웃었다.

독도 수중생태지도 조사팀과 함께 (왼쪽에서 4번째는 아들 명세훈 박사)

사진7: 독도 수중생태지도 조사팀과 함께

어류학자 낚시인

어린 시절부터 낚시를 즐겼던 그답게 낚시하고도 인연이 깊다. 낚시 사진 콘테스트에 아들과 찍은 사진을 응모해 가작에 당선됐는데 선물을 받아 가기 위해 출판사에 들렀다가 당시 편집장을 만났다. 편집장은 어류학자라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조어박물지’라는 연재물을 제안했다. 낚시잡지에서 고기 잡는 기술만 실어서는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었다. 같은 낚시인으로 기쁜 마음에 받아들였지만 기존의 어류학 논문과 조각조각 흩어져있는 단편적인 자료만으로는 연재물을 구성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인터넷도 활성화되지 않았고 변변한 어류도감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국내 연구 자료에서 부족한 부분은 일본, 미국 등지의 자료까지 조사해 참조했고 마지막에는 낚시 요령까지 추가해 연재물을 완성했다. ‘조어박물지’ 연재가 그에게 어종 공부를 다시 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때 작성했던 ‘조어박물지’는 그가 출판한 많은 어종 도감의 기초 자료가 되었다.

물고기가 궁금한 제2의 명정구를 위하여

그의 마음 한구석엔 언제나 물고기에 대해 궁금해하며 공부하고픈 열망에 휩싸였던 어린 소년이 남아있다. 혹여나 어린 시절 자신과 같이 헌책방을 뒤적이며 물고기 자료에 목말라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그가 준비를 시작한 것이 있었다. 바로 어류도감이다. 그가 오랜 시간 어류에 관해 공부하고 쌓은 데이터를 정리하여 2000년에 출판하게 되었다.

세밀화 도감을 설명하는 명정구 박사

사진8: 명정구 박사의 저서들 - 중앙 하단의 <우리바다 어류도감>

“이 도감을 보면 알겠지만, 어린이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그림이 주고 글자는 최소화했어요. 수중사진과 육상 사진으로 도감을 만들었죠. 저하고 같이 활동했던 수중 사진작가들하고 함께 만든 책인데 새끼를 낳는 모습이나, 체내 수정을 하기 위한 생식기 같은 사진들을 찍어 넣기도 했어요. 어린이들이나 학생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볼 때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어요. 지금도 마음에 들고 제가 어릴 때 만약 이런 책이 있었다면 정말 행복했겠다 싶어요. 그래서 제일 먼저 만든 게 이 책이에요.”

첫 도감을 만든 뒤로는 더 자세하고 더 다양한 국내 어종에 대한 데이터를 담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도 꾸준히 출판하여 그가 낸 책만 40권. 가장 최근에는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을 출간했다. 820쪽의 방대한 분량의 이 책엔 그가 30년간 정리해온 물고기 자료와 함께 사진보다 더 사실적인 세밀화로 완성도를 높였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528종의 바닷물고기가 담긴 이 책은 명정구 자문위원이 조어박물지(낚시춘추), 신자산어보(수협) 등에 25여년간 연재하면서 정리했던 어류박물지 성격의 원고 내용도 정리, 포함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사진을 사용하지 않고 세밀화로 물고기를 표현한 것인데, 조광현 화가가 15년에 걸쳐 그림을 그렸고 명정구 자문위원이 암수의 크기, 피부의 질감, 체색을 일일이 체크해서 완성했다. 사진이 아니라 세밀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세밀화는 초점을 한 곳에만 맞추는 사진과는 달리 구석구석 또렷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30년 연구를 갈아 넣은 물고기 자료는 최신 정보를 수록하되 기존 어류도감이나 인터넷에서 잘못 알려져 있고, 표기된 지식과 용어를 수정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학명, 목, 과. 속, 종의 종수 등은 최신 분류학적 정보를 종합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그의 책은 현대판 자산어보로 인정받으면서 ‘롯데출판문화대상’에서 ‘대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 독도 수중생태조사를 마치고 난 뒤 자료를 정리하는 명정구 자문위원 1
  • 독도 수중생태조사를 마치고 난 뒤 자료를 정리하는 명정구 자문위원 2

사진9,10: 독도 수중생태조사를 마치고 난 뒤 자료를 정리하는 명정구 자문위원

멈추지 않는 힘의 근원

퇴직 후에도 KIOST에 남아 연구를 이어나가는 그에겐 아직도 남은 일이 있다. 수중 생태지도 일이 아직 남아있고, 바다 목장 사후 관리일도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물고기 사진을 찍어 도서관에 데이터를 전달하는 일도 하고 있다. 공부하는 것이 일이자 취미, 특기라고 말하는 명정구 자문위원. 물고기를 빼고 나면 그의 인생에는 무엇이 남을까.

“저는 다른 건 모르니까요. 친구들은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골프도 치고, 당구도 치고 취미생활이 다양해 졌지만 저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30년 넘도록 꾸준히 달리기하고 있는데 그것도 체력을 떨어트리지 않고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죠. 제가 축적한 데이터들을 다음 연구하는 친구들에게 인수인계해서 다른 일에 쓰일 데이터가 된다면 기쁠 뿐이죠.”

맡은 바를 꾸준히 할 뿐이라 말하는 명정구 자문위원. 그를 인터뷰하는 내내 그가 바라는 단 한 가지는 자신이 아는 최대한을 남기고,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는 그의 책을 통해 배운 훌륭한 어류학자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바라본다.

* 본 기사는 코로나 방역수칙을 지켜 안전하게 촬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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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24-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