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100년 만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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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20-12-07
유레카! 100년 만의 재발견
「식물플랑크톤 배양주 자원의
대량 배양 방법 정립과 독성 분석 연구」
불가능해 보이거나 하지 않던 것을 시도할 때 우리는 ‘도전한다’라고 말한다. 도전의 시작이 무모해 보이는 까닭이다. 물론 무모한 시도의 결과는 실패로 끝날 확률이 높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막연한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도전할 때, 미지의 세계는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준다. 이번 호에는 100년 만에 재발견된 ‘Centrodinium punctatum’의 배양 기술을 세계 최초로 확보하여, 그간 국외 기관에 의존해야만 했던 마비성 패류독소의 표준물질을 독립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KIOST 남해연구소 해양시료도서관 연구원들을 만났다.
동중국해에서 해양식물플랑크톤 채취 중
100년 전 학계에 보고된 ‘Centrodinium punctatum’ 발견
미국과 유럽 등 해양 선진국은 일찍부터 자국의 생물에 관한 검정법을 바탕으로 각종 독성물질을 신속하게 평가하여 조업 여부 등의 의사결정 및 바이오의약품, 화학물질 개발 등에 널리 활용하고 있다. 특히 삭시톡신과 유도체로 알려져 있는 마비성 패류독소는 독특한 생리활성 기작과 강력한 독성 때문에 과학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독을 생산할 수 있는 종의 배양 및 독성분석 기술이 정립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캐나다국립연구소(National Research Council Canada)를 비롯한 국외 기관에서 마비성 패류독소를 평가할 수 있는 표준물질을 구입했는데, 그에 따른 필요한 절차 및 비용 문제와 함께 그 양도 극히 적은 물질의 희귀성 때문에 제한적인 연구만 진행되었다. 이에 KIOST는 지난 2016년 「해양생물독의 관리와 활용 기획연구」를 시작으로 다양한 마비성 패류독소의 분석 연구사업을 추진하며 자체적인 독성기술 개발 및 표준물질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 확보에 나섰다.
해양생물 중 독을 생산할 수 있는 생물군은 다양한데, 그 중 해양식물플랑크톤인 와편모조류는 먹이망을 통해 패류를 독화시키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작은 생물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마비성 패류독소에 독화된 패류를 먹은 사람이 1986년과 1996년에 사망한 기록이 있으며, 이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패류의 독소를 조사하여 패류채취 금지시기를 지정, 어민들과 국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마비성 패류독소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관련 독소를 생산할 수 있는 와편모조류의 배양을 통해 바이오매스(biomass)1) 를 확보하고, 표준물질을 생산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에서는 이를 배양할 수 있는 방법이 정립되어 있지 않았고, 대표적으로 발견되는 Alexanrdium 종은 독성이 약하고, 독소 성분분석에 필요한 다양한 독소를 생산하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 같은 어려움은 동중국해에서 탐사 중이던 KIOST 남해연구소 해양시료도서관 신현호 관장이 와편모조류 종을 발견한 것을 계기로 일대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그는 KIOST 남해연구소 해양시료도서관에 위치한 해양식물플랑크톤 자원 보존실이 해양수산부에 의해 ‘해양생명자원 기탁등록보존기관’으로 지정된 후 해양식물플랑크톤 자원의 활용을 통한 국내·외 연구자들의 공동연구를 주도하기 위해 다양한 식물플랑크톤을 채집하고 있었는데, 연구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을 바탕으로 확보한 해양 식물플랑크톤을 체계적으로 분류·보관·관리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한 와편모조류 종이 약 100년 전에 보고된 후 그림으로만 남아 있었던 ‘Centrodinium punctatum’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사진 1. KIOST 남해연구소 해양시료도서관 신현호 관장
그림 1. 2018년 동중국해에서 발견한 ‘Centrodinium punctatum’
해수의 온도, 염분, 영양염 등의 조건을 고려하여
최적의 배양 환경 구축
학제 간 공동연구 기반을 마련한 KIOST 남해연구소 해양시료도서관 연구팀은 본원의 연구자들이 독성 분석에 사용할 시료의 확보 및 추후 연구를 위한 바이오매스 확보를 목적으로 Centrodinium punctatum의 대량 배양에 착수했다. Centrodinium punctatum을 비롯한 식물플랑크톤은 독특한 배양조건에서 자신의 고유한 특성을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해양 시료의 배양 및 품질 관리는 배양된 Centrodinium punctatum에서 연구에 사용할 수 있는 독성 물질을 얼마나 잘 추출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이에 연구팀은 해수의 온도, 염분, 영양염의 양, 빛의 세기와 파장은 물론, Centrodinium punctatum을 배양하는 용기 등 물리적 조건에 변화를 주며 최적의 성장 환경을 완벽하게 재현하고자 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00년 만에 발견된 종으로,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배양에 성공한 적이 없던 터라 참고할 수 있는 사례 또한 전무했다. 가설을 바탕으로 짧게는 2달, 길게는 3달에 걸쳐 구축한 환경에서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할 때도 많았던 것이다. 끝없이 반복되는 문제를 막힘없이 해결하는 방법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들’처럼, 만족할 수 있는 답을 얻을 때까지 실험을 반복하는 것뿐이었다.
사진 2. KIOST 남해연구소 해양시료도서관 배양주 저장고
사진 3. KIOST 남해연구소 해양시료도서관 먹이생물 배양실
사진 4, 5. Centrodinium punctatum의 배양(좌) 및 현미경 관찰 모습(우)
사진 6. KIOST 남해연구소 해양시료도서관 곽경윤 연구원
사진 7. KIOST 남해연구소 해양시료도서관 윤주연 연구원
독성 물질의 비교 분석을 통해
마비성 패독 원인종의 독소 생산 조건 규명
물리적 조건에 변화를 주면서 배양한 Centrodinium punctatum은 KIOST 남해연구소에서 본원으로 즉시 운반됐다. 이때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KIOST 해양생명공학연구센터 이균우 책임연구원과 이지훈 책임연구원의 손길이 바빠졌다. 냉동 상태라면 배양주를 장기간 보관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면 세포가 접합하고 분열하는 과정이 진행되면서 유전자 변형 및 DNA 로스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던 것이다. 특히 독성을 함유한 Centrodinium punctatum을 배양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양생명공학연구센터 연구팀의 빠른 피드백이 필수적이었다.
그림 2, 3. KIOST 해양생명공학연구센터에서
수행 중이던 ‘플랑크톤을 활용한 독성 실험 사례’
좌 : 요각류(Tigriopus japonicus) 사진, 우 : 요각류 유영경로추적 독성시험
A) 유독미세조류 처리 전 (많이 움직임)
B) 유독미세조류 처리 후 (적게 움직임)
KIOST 남해연구소 해양시료도서관 연구팀의 임무가 최적의 배양환경을 찾는 것이었다면, 해양생명공학연구센터 연구팀은 기존에 공개되어 있는 독성연구 과정을 그대로 재현하는 과제를 수행해야 했다. 국제적으로 활용 중인 독성 분석기법을 재현하지만, 디테일한 과정이 생략되어 있으며 사용하는 분석 장비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논문과 연구 사례 등의 자료 안에서는 찾을 수 없는 연결고리를 이어나가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었던 셈이다. 이균우 책임연구원과 이지훈 책임연구원은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기운이 빠지기도 했지만,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조건을 달리하면서 시험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독성 분석에 성공했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논문을 발표했으며,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연구를 지속했다.
사진 8. KIOST 해양생명공학연구센터 이균우 책임연구원
사진 9. KIOST 해양생명공학연구센터 이지훈 책임연구원
프랑스 국립해양개발연구소와 공동연구
8~10배 강한 Centrodinium punctatum의 독성 확인
포기를 모르는 양측의 기다림과 간절함은 마침내 빛을 보았다. 해양생명공학연구센터 연구팀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마비성 패류독소의 생산을 정량적으로 확인한 신현호 관장 연구팀이 최적의 배양 조건을 찾아낸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 최초로 Centrodinium punctatum의 대량배양 기술을 확보한 KIOST 남해연구소 해양시료도서관은 이후 와편모조류 독소 연구의 대가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는 프랑스 국립해양개발연구소(IFREMER, French Research Institute for Exploitation of the Sea)와 함께 공동연구를 수행했다. Centrodinium punctatum에서 추출할 수 있는 다양한 독소뿐만 아니라, 캐나다 등의 국외 기관에서 생산·수출하는 표준물질보다 8~10배 강한 독성을 확인한 연구팀은 저명한 유해조류학회지인 「Harmful Algae」에 그 내용을 발표했는데, 논문이 게재된 후에는 유전체 분석 및 의약품 개발 등의 상업적 활용을 목적으로 국외의 연구기관에서 공동연구 제의가 쏟아지고 있다. 연구팀을 이끈 신현호 관장은 “본 연구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을 통해 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자원의 국산화를 이룰 수 있었다.”며 “마비성 패류독소 분석을 위한 표준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성하여 국내 연구진의 기초연구 및 의약품 생산에 도움이 되는 재료를 제공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특히 독소 성분을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표준물질 생산은 윤리적으로도 문제시되고 있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KIOST 남해연구소 해양시료도서관 연구팀은 현재 개발된 Centrodinium punctatum의 대량배양 기술을 고도화하여, 보다 다양한 후속 응용연구에 활용할 계획이다.
사진 10. KIOST 남해연구소 해양시료도서관 박노영 연구원
사진 11. KIOST 남해연구소 해양시료도서관 김현정 연수생(부경대학교 석사 과정)
사진 12. KIOST 남해연구소 해양시료도서관 한경하 연수생(부경대학교 박사 과정)
장기적 안목의 성장을 목표로
독성연구 분야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KIOST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그 먼길을 다 쓸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소설 『모모』의 언급처럼, 지금 걷는 걸음들이 쌓여 독성연구 분야의 미래를 열게 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새 각오를 다지고 있는 KIOST 연구진들. 당장의 이익이 아닌, 장기적 안목에서 의미있는 성장을 다져가는 이들의 도전이 마비성 패류독소에 의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물론, 이를 원료 또는 재료로 하여 바이오의약품 및 화학물질을 개발하고자 하는 국내·외 연구기관과도 협력적 연구를 수행하며 관련 분야의 세계적·독보적 입지를 굳혀나가길 기대해 본다.
* 본 기사는 코로나 방역수칙을 지켜 안전하게 촬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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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수정일 :
- 2024-08-06